[이슈워치] 죽음으로 내몰리는 택배 노동자들…대책 마련 나선 정부

2020-10-20 0

[이슈워치] 죽음으로 내몰리는 택배 노동자들…대책 마련 나선 정부


[앵커]

20년 경력의 택배기사 고 김원종 씨, 배송 도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한진 택배 동대문지사에서 일하던 30대 택배기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도 뒤늦게 전해졌는데요. 올해만 12명의 노동자들이 쓰러졌습니다. 오늘 이슈워치에선 사회부 방준혁 기자와 함께 택배 업계의 열악한 근조건, 그에 따른 과로사 문제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12번째입니다. 사망한 노동자들, 상당히 격무에 시달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네, 한진택배 동대문지사에서 일하던 김모씨, 나이는 36살이고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씨가 연락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자 동료가 집으로 찾아가 김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김씨가 사망 나흘 전 동료 기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는데요. 화면으로 보시다시피 메시지가 전송된 시각을 보면 새벽 4시 반이거든요. 오늘 420개 물량을 들고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다, 집에 가면 5신데 한숨도 못 자고 나와서 정리 작업해야 한다며 과로를 호소했습니다. 상당한 격무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근거로 유족은 과로사를 주장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아침에 통화하면 분류하고 있다, 바쁘다…오후에 통화하면 배송 중이다…저녁에 통화하면 아직 집에도 못 갔다…그렇게 일을 했고. 고됐겠죠, 많이."

새벽까지 일하고 쉴 시간도 없었다는 건데,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인가요?

[기자]

네, 앞서 배송 업무 중 숨진 20년 경력의 CJ대한통운 고 김원종 씨도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9~10시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건의 물량을 처리했다고 하는데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최근 택배 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약 71.3시간으로 집계됐습니다. 법정근로시간인 52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거죠.

[앵커]

택배기사들이 과로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택배기사들은 보통 '구역당' 계약을 맺습니다. 그런데 해당 구역에 배당된 택배 개수를 기사가 임의로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400개가 나오면 400개, 600개가 나오면 600개를 다 처리해야 하는 건데요. 그날 받은 물건은 그날 처리해야 하는 '당일 배송' 원칙으로 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대리점과 직접 계약을 맺는 입장에서, 대리점 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습니다. 특히 택배노조 측은 소위 까대기라고 불리는 분류작업이 과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분류작업량이 크게 늘었는데, 업체가 택배 기사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업체들은 택배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건당 수수료 기준으로만 수익을 받아 가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하려는 구조에서 과로사는 예고된 비극이란 지적입니다. 숨진 김원종 씨는 산재 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인 안정망 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거죠.

[기자]

네, 정부 통계를 보면 택배기사가 5만명 정도 되는데요. 이 중 10% 내외인 7,000명 정도만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사업주 압력이 작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특히 고 김원종 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택배기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산재보험 제외 신청서 전수검사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졌고, 정부에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 관련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정부에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요.

[기자]

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주부터 택배회사와 대리점에 대한 긴급점검을 벌여 관련법상 기준을 초과하는 과로가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방침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는데요. "코로나가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앵커]

정부 대책, 실효성이 있을까요.

[기자]

네 사실 정부는 지난 8월에도 택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겠다며 주요 업체들과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선언문에는 8월 14일 택배 쉬는 날을 정례화하고, 심야 배송 시 적정 휴식 시간을 보장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요. 당시에도 공동 선언문이 추상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결국 과로로 숨을 거둔 택배 노동자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비판은 더 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특수 고용직 신분이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택배 같은 위험 업종에 대해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근로 시간 제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회 차원에선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을 폐지해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귀추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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